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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관련

발달검사 결과를 들었던 날! 장애진단을 받은 날!

by 권장량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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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검사를 하고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던 날 결국 지적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의 심정을 누가 알까? 나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많은 부모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이다. 또한 장애진단을 받으면서 생긴 변화들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았다. 

 

아이와 함께 내원했다. 첫진료에 뵈었던 3명의 담당 교수들이 앉아있었고 평가지와 함께 간략한 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 했다.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각 자 이야기를 하는 동안 사실 나는 평가지에 적혀 있는 진단에 눈이 갈 수 밖에 없었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사실 들리지도 않았다. 이야기 막바지에 정신을 차리고 “우리아이가 지적장애라는 거죠?” 라고 묻는게 다였다.
남들이 말하는 ‘얼이 빠진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런 표정으로 교수들을 쳐다봤고 그런 부모들을 많이 만나봤을 테니 영혼은 없지만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그렇다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지능과 검사 결과라면 장애등록을 하라는 말도 함께 들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될테니까 고민하지 말고 오늘 병원에서 장애등록 서류를 받아가라고 했다.
병실에 나와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아이도 같이 있었기 때문에 마냥 넋을 놓을 수도 없었다. 집에서 병원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였기에 의사가 말하는 (장애등록을 하던 안하던) 서류를 신청했고 바쁘게 서류를 챙겨 귀가했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이게 뭐지? 발달 지연 아니였어? 그냥 단순 지연이 아닌거야? 우리 아현이 장애가 있는거야? 학교생활은 어쩌지? 사회생활은 어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염려들은 답이 없이 줄줄 흐르듯 머릿속에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런 염려들 때문일까 눈에서 눈물이 마냥 흐르기만 했다. 뒷자석에 앉아 있는 아이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눈물을 닦지도 못하채로…
집에 돌아와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면서 뭐라고 해야 하나 신랑의 반응도 두려웠다. 아이가 아프면 다 내 탓같다는 엄마들처럼 . 아이의 장애가 다 내 탓 같았다.
신랑은 덤덤히 듣고는 집에서 이야기 하자는 말로 마무리하며 통화를 하였고, 친정엄마와 시어머님께 말씀을 드리고 침대방에 앉아 미친듯이 검색을 했다. 장애등록, 지적장애, 학교생활 등등 뭐라도 하지 않으면 그 진단서에 묻힐 것 같았다. 하지만 검색을 하지 말 것을 검색 결과가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불안함에 불안함을 더 한 꼴 밖에 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시선들에 대한 경험들 그래서 상처받은 부모들의 마음들 나처럼 이번에 장애진단을 받은 엄마들이 한탄과 슬픔, 복잡한 장애등록과 생각보다 좋지 못한 장애복지 등등 정말 정리되지 않는 상자를 뒤지듯이 걸리는데로 장애에 관련된 검색들만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울다 검색하고 울다 검색하고

꺼이꺼이 울지도 못하고 아이들이 귀가하고 일상생활을 위해 상을 차리고 살림을 하면서 틈날 때마다 울었던 것 같다. 그냥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겠냐
그러다 문득 이 진단서 한장에 지금 우리 아이가 어찌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진단서를 받기 전이나 받은 후나 똑같은 상태고 더 나빠지지도 않았고, 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내 무의식 속에서 살려고 그 우울함 속에서 비집고 나온 생각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내 마음을 추스리는데 그나마 빨랐던 것 같다. 엄마이기에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장애진단을 받고 실비보험알아보기, 취학전 특교자 신청하기, 엄마 멘탈 잡기

장애진단을 받고 발달지연으로 실비 보험청구가 되었던 것이 장애코드로 바뀌면서 보험회사에서 청구가 불가하다는 회사측 심사결과를 듣게 되었다.
이 과정도 길었지만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그 사이에 치료센터도 바꿔야 했고, 아이의 초등 학교입학으로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하는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혹 아이가 느리게 크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추천한다. (물론 선생님이 정말 중요하다. 이 사실은 모든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선생님이 어떤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의 특이한 행동이나 늦된 행동들이 친구들에게 이해의 대상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꾼이 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병설 유치원에 다니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아이의 특교자(특수교육대상자)  신청도 무난하게 통화할 수 있었다.  사실 특교자 신청은 장애진단을 받기 전이여서 못 받을 수 있었는데 유치원 선생님의 열심으로 받을 수 있었고 동네와 학교 분위기가 매우 부드러운 곳이기에 도움반(예전에는 특수반이라고 했던)의 적응도 아주 수월했다.  
양육자가 일을 해야 한다면 나보다 더 힘들 것이다.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혹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 힘들겠지만 어디든 방법은 있더라. 찾아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도 많고 내가 조금만 이 상황을 인정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이건 내 기준에서의 생각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 . 양육자들의 멘탈이다.
관련된 카페들도 많아 거기서 얻는 정보도 무시 못할 정도로 전문적이다. 꼭 정보도 찾아보고, 나와 같은 형편의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이야기도 들어봐라.
하지만 그 우울함에 매몰되는 이야기나 정보라면 빨리 잊거나 듣지 말자. 나와 아이에게 도움이 안된다.
마라톤이다. 전력질주 하지 말자.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장애등록 알아보기, 받을 수 있는 바우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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